본문 바로가기

My Thinking

코로나 시대, 스포츠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

코로나로 인해 모든 일상이 바뀌어가고 있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조카는 몇 개월간 학교를 가지 못했다. 새로운 친구들과 선생님을 만나야 할 시간에 원격 강의라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 (이미 스마트폰과 유튜브에 익숙한 조카를 생각하면, 새로운 경험은 원격 강의를 함께 듣고 과제를 해야 하는 부모가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체육관 폐쇄로 인해 몇 년간 매주 월요일 해오던 농구 동아리 활동을 6개월이 지나도록 못하고 있다. 자연스레 몸은 무거워지고, 조금씩 굳어져 가고 있다. 이러한 개인 생활의 변화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정치/경제/문화 무엇 하나 영향을 받지 않는 곳이 없다. 그리고 우리가 사랑해 마지않는 스포츠 역시 마찬가지이다.

“Everything has stopped”

코로나로 인해 전 세계 스포츠 리그와 대회가 중단되었지만 가장 큰 이슈는 역시 2020 도쿄올림픽 연기가 아닐까 싶다. 근대 올림픽의 역사는 1896년 그리스 아테네 대회를 시작으로 보는데, 지금까지 하계올림픽이 취소된 적은 총 3차례 있었다. 1916년 대회는 제1차 세계대전으로, 1940년과 44년 대회는 제2차 세계대전으로 열리지 못했다.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과 1984년 LA올림픽은 냉전체제에서 서구와 동구권 국가들이 보이콧을 해서 ‘반쪽 올림픽'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취소까지 되지는 않았다. 즉, 124년 근대 올림픽 역사에서 대회 자체가 취소된 것은 세계대전 이외에는 이번이 처음이다. 코로나19가 끼치는 영향이 세계대전에 버금간다고 볼 수 있다.

<개최 연도는 변했지만 정식 명칭은 2020 도쿄올림픽 그대로 사용한다>

올림픽뿐 아니라 국내에서 인기 1,2위를 다투는 야구와 축구는 물론 대부분의 스포츠가 무관중 경기를 시작으로 리그 유지를 힘겹게 유지하다 결국 대부분의 리그가 중단되는 사태에 이르렀다. 이 역시 유례없는 일이다. 현재 국내의 경우 프로야구와 프로축구가 재개되었지만 언제 다시 중단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로 관중수를 늘려가던 프로리그는 최근 확진자 수 증가로 다시 무관중 경기로 변경되었다. 

<전 세계 대부분의 스포츠 이벤트가 연기되거나 취소되었다>

프로스포츠뿐 아니라 아마추어 대회와 생활체육에도 막대한 피해를 초래하고 있다.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대부분의 공공체육시설이 폐쇄되었다. 공공기관뿐 아니라 헬스장, 수영장, 풋살장 등 사설 체육시설들도 정부 지침에 따라 꽤 오랜 시간 영업을 하지 못했다. 개인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성장하고 있던 다양한 피트니스 사업들이 직격탄을 맞기도 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프로스포츠 비즈니스 이외에도 생활스포츠와 밀접하게 연관된 사업들은 물론 개개인의 건강 유지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필자 주변에도 관련 사업을 하다 힘들어하는 지인들이 생겼다>

이러한 영향은 직접적인 스포츠 리그나 대회에만 있지 않았다. 가장 큰 스포츠 브랜드인 나이키 역시 코로나19로 인한 영향을 크게 받았다. 얼마 전 발표한 2020년 4분기(미국 회계연도 기준에 따라 4분기는 2020년 3월부터 5월까지) 매출은 약 63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8% 역성장하였다. 

<나이키가 뒷걸음질이라니… 상상하지 못했던 모습이다>

이러한 발표는 월가에서 예측한 73억 달러보다 훨씬 더 적은 것이다. 이익 역시 -7.9억 달러를 기록하여 적자 전환하였다. 전년 동기에 9.8억 달러의 순이익을 고려하면 실제로 18억 달러 정도 줄어든 상황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지역 오프라인 매장들이 영업 중지를 하였고, 스포츠 활동은 물론 야외 활동마저 줄어들면서 스포츠 제품 자체 수요도 예상보다 많이 줄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어느 곳 하나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지 않는 곳이 없다고 할 수 있겠다.

“Play For The World - Yon can't stop us”

 이렇게 부정적인 뉴스가 넘쳐나는 상황이지만 다양한 노력으로 코로나19를 극복하거나 오히려 기회 요인으로 삼아 성장을 추진하는 사례들도 생겨나고 있다. 분야별로 몇 가지 사례들을 보고자 한다. 

<스포츠 이벤트>

  한동안 중단되었던 많은 스포츠 리그와 대회들이 철저한 방역과 관리를 기반으로 재개되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동이 많은 리그와 대회들이었는데, 챔피언스리그의 경우 남은 일정을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기존 홈&어웨이 방식이 아닌 단판 승부로 변경하여 진행하였다. 리스크를 안고 시작했지만 큰 사고 없이 무사히 결승전까지 대회를 마칠 수 있었고, 무관중 경기로 진행했지만 중계를 통해 조금이나마 손실을 줄일 수 있었다. (코로나 사태와 비교할 순 없지만 바르셀로나의 몰락을 지켜보는 것도 충격적이었다)

<결승전 장소는 이스탄불에서 리스본으로 변경되었고, 이스탄불은 20201년 결승전이 개최될 예정이다>

반면 메이저리그(MLB)는 경기 특성상 기존 홈&어웨이 방식을 유지하되 경기수를 팀당 60경기로 대폭 줄이고, 무관중으로 시즌을 시작하였다. 또한, 선수들은 유니폼을 입고 구장으로 출근하고 구장 내 사우나, 증기실, 수영장 시설 금지, 원정경기 기간 대중교통 사용 금지, 호텔 내에서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도록 저층에 숙소를 마련하는 등의 가이드를 제정하여 모든 구단이 따르도록 했다. (하지만 이런 가이드에도 불구하고 마이애미, 세인트루이스, 신시내티 선수단에서 확진자가 나와 일정에 차질을 빚었다) 

<조심한다고 했지만…. 마이애미는 선수 포함 확진자수가 20명이 넘었다>

확진자가 발생하여 일정 변경과 더불어 많은 우려를 불러일으키기는 했지만 시즌이 60경기로 줄어드는 대신 포스트시즌 진출팀을 16개 팀으로 확장하여 시즌에 대한 흥미 유발과 더불어 포스트시즌 기간을 늘려 줄어든 정규시즌을 만회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들을 마련하였다. 아직 시즌이 진행 중이라 결과를 예측할 수는 없지만 미국 내 코로나19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을 보면 비교적 잘 관리하며 성과를 만들어가고 있다.

<스포츠 브랜드>

 위에서 나이키의 매출이 역성장하였다고 언급하였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도 주목할 부분은 분명 있었다. 오프라인 매장 폐쇄 및 방문객이 줄어들면서 디지털 채널 및 전용 제품 라인업 확장 등 직접 판매(Direct Sales)를 강화한 것이었다. 나이키는 4분기 동안 직접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75%가 증가하였다. 디지털 채널이 급성장하면서 처음으로 전체 판매에서 직접 판매가 차지하는 비중이 30%를 넘어섰다. (나이키의 기존 목표는 20203년까지 직접 판매 비중 30%를 넘기는 것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강제 달성한 셈이다.)

<직접 판매와 더불어 여성 시장 역시 지속적인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회계연도 기준(19년 6월~20년 5월) 으로는 직접 판매는 47% 성장했고, 전 지역에서 두 자릿수 이상 증가하였다. 또한 조던 브랜드는 전반적인 역성장 속에서도 홀로 수익이 증가하였다. 이를 두고 ESPN에서 상반기 방영된 다큐멘터리 ‘더 라스트 댄스’가 상당 부분 영향을 끼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나이키 CEO 존 도나호 역시 이 부분을 언급했다)

 그동안 멋진 광고 영상과 톱스타를 통한 브랜드 전략에 더해 앞으로는 콘텐츠와 제품이 연계된 마케팅 전략의 가능성을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만약, ‘더 라스트 댄스’ 방영에 맞춰 당시의 조던 제품들을 다양한 버전으로 출시하거나 컬래버레이션을 병행했다면 더 큰 이슈를 만들어낼 수 있었을 것이다. 

<다큐멘터리 방송일을 손꼽아 기다린 건 처음인 것 같다>

요가복 브랜드로 유명한 룰루레몬 역시 인수를 통해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나이키와 마찬가지로 코로나19 영향으로 상반기 실적이 악화되었지만 오히려 주가는 상승세를 기록하며 연일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룰루레몬의 성장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인데, 개인적으로도 룰루레몬이 플랫폼 브랜드로 확장한다면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그 시작으로 룰루레몬은 홈 트레이닝 스타트업인 ‘미러(Mirror)’를 최근 인수하였다. 

<Mirror가 한국 진출을 한다면 구입할 것 같다. 1,495달러짜리 비싼 거울이 되지 않기를>

미러(Mirror)는 2018년 론칭해 업력이 얼마 되지 않은 기업이다. 발레리나 경력을 가진 브린 푸트남(Brynn Putnam) 이 집안에서도 요가, 복싱 등 다양한 트레이닝 스튜디오의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실현한 것이 미러이다. 작동을 안 할 때는 평범한 거울이지만 사용 시 기본적인 건강 체크부터 요가, 필라테스, 복싱, 근력 운동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집에서도 집중하여 운동에 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룰루레몬의 시카고 플래그십 스토어. 트레이닝센터는 물론 레스토랑까지 구성했다>

기존에 룰루레몬은 프리미엄 브랜드 전략과 더불어 매장에서의 고객 체험을 주 무기로 성장하였다. 이와 더불어 여성 스포츠 시장도 성장하며 시기적인 흐름을 잘 탄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전통적인 제조와 직접 판매만으로는 한계도 다가오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부분을 미러 인수를 통해 극복하려는 모습이다. (물론 미러 인수는 코로나19 이전부터 검토하던 부분이었다)

 그동안 오프라인에서 제공하는 경험을 무기로 성장했다면 앞으로는 미러를 통해 이러한 경험을 개개인의 집안으로 확장하여 영향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을 전망이다. 또한, 미러 제품과 주변기기, 월정액의 구독 서비스를 통해 수익 다변화도 꾀할 수 있게 되었다. 나이키가 전통적인 스포츠 의류/용품 기업에서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꾸는 혁신 기업으로의 변화한 시작에는 애플과 함께 개발한 나이키 플러스(NIKE+)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런 점에서 룰루레몬이 미러를 통해 고객과 직접 연결되는 플랫폼 기업으로 변화를 꾀하는 것은 나이키의 과거 모습을 보는 듯하다. 코로나19 이후에도 홈트레이닝 시장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바 룰루레몬의 행보는 주목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New Business>

 앞에서 미러도 언급했지만 이러한 비즈니스를 단순하게 New Business로 호칭하는 것이 옳은지 모르겠다. 사실 미러보다 앞서 유사한 시장을 리딩하고 있는 기업은 펠로톤(Peloton)이다. 펠로톤은 운동기구와 콘텐츠를 제작하여 이를 디지털 네트워크를 통해 서비스하는 회사로 볼 수 있다. 사실 미러와 거의 동일하다고 볼 수 있는데, 훨씬 앞선 2012년 시작하여 이미 20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확보하였고, 구독 연장률 역시 90%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지만 봐도 구매욕을 자극한다. 미러와 펠로톤이 같이 들어온다면 결과는?>

사실 실내용 자전거나 트레드밀 자체의 차별성은 크지 않기 때문에 펠로톤은 스포츠 콘텐츠 제작과 데이터 분석, 커뮤니티 서비스가 핵심 경쟁력이라 할 수 있다. 특히, 펠로톤 소속 강사들은 평균 팔로워 수가 평균 12만 명 수준으로 준 셀럽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고, 뮤지션들과의 협업으로 운동할 때 즐길 수 있는 전용 음악도 콘텐츠로 제공하고 있다. 즉, 개인이 가장 편한 장소로 느끼는 집 안에서 다른 사람 눈치를 보지 않고, 인기 있는 강사들과 땀을 흠뻑 흘리며 즐겁게 운동을 즐길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소셜 네트워크 기능을 통해 강사 또는 회원들과 오프라인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도 이어가며 팬덤을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로 펠로톤은 지난 분기 매출이 66% 증가하여 5억 달러가 넘는 매출을 기록하였고, 올해 매출 목표 역시 17억 4천만 달러로 상향 조정하였다.

 

“Everything is Changing”

 

 코로나19로 인해 부정적인 기사와 정보가 쏟아지며 우리 일상에 미치는 악영향만을 생각할 수 있지만 변화가 필요하다는 측면으로 본다면 생각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오늘 글에서는 몇 가지 사례로 이야기했지만 이번 사태로 인해 그동안 관행으로 해오던 모든 활동들을 재검토하게 되었고, 어떤 분야에서는 새로운 기회가 찾아오기도 하였다. 스포츠가 없는 삶을 우리는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변화하는 시대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스포츠를 즐기고, 이를 통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스포츠의 가치 이해 + 디지털 비즈니스 능력

 스포츠 산업 종사를 꿈꾸는 학생들 뿐 아니라 기존 스포츠 산업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우선 가치는 항상 스포츠 그 자체였던 것 같다. 그리고 전통이라는 명목 아래 변화를 거부하고 자신들의 밥그릇 유지에 혈안이었던 점은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물론 스포츠 산업에서 스포츠는 우선 순위일 것이다. 하지만 그 스포츠가 존재할 수 이유는 사람들에게 주는 긍정적인 가치가 있기 때문 아닐까? 내가 좋아하는 스포츠의 존재 이유를 다시금 생각해보고, 이를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순수한 열정이 다시금 필요할 때이다.

 그리고 모든 것이 변화하는 이 시대에 디지털을 활용하여 사람들이 스포츠를 더욱 즐길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팬데믹을 겪으며 많은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단절되는 아픔을 겪었지만 디지털을 통해 같은 공동체에 속해 있음을 느낌과 동시에 홈트레이닝, e스포츠, 다양한 스포츠 콘텐츠로 심리적 아픔을 치유할 수 있었다. 

<같은 종목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는 공통점이 있다>

국내에서도 축구를 통한 기부문화로 시작하여 콘텐츠 비즈니스 모델로 성장하고 있는 ‘슛포러브’, 드론을 통한 동호회 축구 촬영으로 큰 인기를 얻은 ‘고알레’는 축구가 주는 즐거움을 순수하게 추구하며 성장하고 있는 기업들이다. 또한 스포츠 스타트업 중 가장 많은 투자를 이끌어 낸 '비프로일레븐'은 AI 기반 축구 분석 기술을 통해 이미 해외에 700개가 넘는 팀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시장과 환경의 부정적인 부분만 보는 것이 아니라 스포츠의 가치와 새로운 아이디어로 접근하여 류현진, 손흥민 같은 스포츠 스타같은 기업들이 국내에서 탄생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