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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Thinking

[마케팅] 스토리의 중요성_'스토리가 팔린다'

지난 2회차 동안 디지털마케팅에 대해 글을 쓰면서 디지털 테크놀러지에 대한 이야기들을 계속 담아왔었다. 물론 핵심은 기술이 아닌 브랜드에 대한 이해와 그에 적합한 기술의 적용을 이야기했다. 오늘은 이의 연장선상으로 스토리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마케팅에서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은 이제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사람들은 이야기를 좋아하고, 그 이야기가 재미있을 때 더욱 몰입하게 된다. 마케팅이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철학과 가치를 전달하는 것을 주 목적으로 한다면 정보가 아닌 이야기로 전달할 때 더욱 쉽게 받아들여지고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 그렇다면 디지털 환경에서는 어떻게 적용되어야 할까?

스토리의 두 가지 형태
스토리를 파는 관점에서 보았을 때 가장 직접적인 산업은 아마도 영화 산업이 아닐까 생각하다. 사람들이 공감하고, 때로는 울고 웃을 수 있는 스토리를 만들어 이를 영상으로 담아내는 영화는 디지털의 발달로 최근에는 3D, 4D 영화관을 통해 더욱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2013년 개봉한 '미스터 고'는 스토리와 디지털의 결합 작품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스포츠가 더욱 스토리를 적용하기 좋은 산업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스포츠 경기는 예측은 할 수 있지만 결과는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의 경우 정말 매니아가 아니면 같은 영화를 극장에 가서 수 차례 보지 않는다. 이미 결말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포일러 공개는 아주 민감한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스포츠 경기는 매일 경기장을 찾는 사람들이 꽤 많다. 그 이유는 결말을 아무도 100%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즉, 매일 매일 다른 스토리가 펼쳐지는 곳이 스포츠 현장이다. 

<야구는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기 전까지 결과를 알 수 없다>

이처럼 마케팅에서 스토리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영화와 스포츠처럼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고 본다. 영화처럼 이미 잘 짜여진 스토리를 가지고 소통하거나 아니면 스포츠처럼 결과를 예측할 수 없지만 직접 참여를 통해 스토리가 달라지는 체험을 제공하는 경우이다.

스토리를 발굴하라
위에서 이야기 한 두 가지 스토리 방식 중 이미 만들어진 스토리를 활용하는 방식의 접근은 보통의 마케터가 접근을 하자면 쉽지 않다. 왜냐하면 새로운 스토리를 만든다는 건 일반적으로 마케터의 몫이 아닌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성적인 판단을 요구당해온 마케터에게 작가의 역할까지 부여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무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스토리를 찾아낸다는 관점에서 본다면 마케터의 역할은 다시 중요해진다. 자신의 브랜드와 가장 잘 어울리는 스토리임을 판단하는 것은 최종적으로는 마케터(또는 브랜드 매니저)가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감동적인 마케팅 캠페인 중 하나는 게토레이에서 진행한 ‘REPLAY’ 캠페인이었다. 캠페인이 시작된 배경은 미국의 30대 남성들 중 70% 이상이 운동을 하지 않게 되면서 스포츠음료 매출이 줄어드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시작되었는데, 여기에 그들의 감성을 자극할 스토리를 활용하였다. 중요한 점은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아닌 기존에 있는 스토리를 활용하여 공감대를 극대화 하였다는 점이다.

<REPLAY 캠페인은 스토리 발굴의 모범 사례이다>

그 첫 단추는 전통의 고교 라이벌 미식축구 경기에서 가져왔다. 100년 전통의 라이벌인 펜실베니아의 이스튼 고교와 뉴저지의 필립스버그고등학교가 주인공인데 두 학교는 1905년부터 매년 추수감사절마다 정기 시합을 하고 있다. 1993년에는 이 정기 시합이 7:7 동점으로 끝나게 되었다. 

<라이벌전의 무승부. 스토리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게토레이는 당시의 선수들을 다시 찾아내서 그 때 못 끝낸 승부를 겨룰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었다. 이제는 서른이 넘어 각기 다른 인생을 살고 있는 배 나온 그들의 모습은 바로 게토레이가 타겟으로 하는 전국의 30대 남성들의 자화상이었다. 재경기를 위해 이들은 2달간의 혹독한 훈련을 다시 받았고, 이 과정에는 현역 미식축구 선수와 코치가 그들을 위해 참여하였다. 이러한 과정은 리플레이 공식 웹사이트와 SNS를 통해 꾸준히 노출되었다.

<캠페인의 전 과정은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노출되었다>

여기서 디지털 환경에서의 매체 활용을 게토레이가 잘 했다는 점을 엿볼 수 있다. 단순히 다큐멘터리 1편으로 만들어 방영하거나 TVC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 확산이 가능하도록 기간을 두고 컨텐츠를 꾸준히 노출시켜 확산은 물론이고 모니터링을 통해 이후 진행에 대한 방향에도 힌트도 얻어갔다. 즉, 지속적인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구조를 만든 것 이다.

<REPLAY Season1은 지역은 물론이고 전국적인 이슈가 되었다>

결과적으로 재경기는 성공리에 펼쳐졌다. 1만 5천장의 유료 티켓은 90분만에 매진이 되었고, FOX TV는 이 컨텐츠를 자시의 네트워크를 통해 다큐멘터리 시리즈로 방영하였다. 해당 지역의 매출은 63% 상승하였고, 캠페인이 전국적인 방송 노출이 되면서 300만불 이상의 미디어 노출 효과를 얻어냈다. 이러한 성공적인 결과를 토대로 게토레이는 시즌2, 시즌3로 종목을 바꿔가며 사연이 있는 경기를 찾아내어 지속적으로 캠페인을 진행하였다.

<Season 2는 아이스하기, Season 3는 농구로 종목을 바꿔가며 진행되었다>

REPLAY는 캠페인은 두 가지 측면에서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나는 매체 환경의 변화를 인지하고, 캠페인의 주 노출 채널을 온라인을 중심으로 제공하였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1회성 이벤트가 아닌 장기적 캠페인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점차 고조시킬 수 있었다. 그리고 중요한 스토리텔링 관점에서 30대에게 운동이 필요하다는, 어쩌면 너무 당연한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타겟 소비자들 누구나 가지고 있는 젊은 시절의 향수를 이용하여 공감대를 형성하였다는 점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다시 젊은 시절의 에너지를 찾고자 운동에 대한 동기부여를 만들었고, 최종적으로는 스포츠 음료에 대한 소비도 촉진시켰다. 물론 그 스포츠 음료는 게토레이로가 되겠다!!!

스토리에 편승하라
만약 게토레이처럼 딱맞는 스토리를 발굴하지 못한다면 무턱대고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거나 포기해야 할 것인가? 물론 그렇지 않다. 마케터의 중요한 자질 중 하나가 관찰력이라고 볼 때 소소한 사건 하나도 이야기로 만들어 낼 수 있다. 펩시 아르헨티나가 진행한 ‘Promise’ 캠페인이 그렇다.

<마라도나의 인터뷰는 캠페인의 단서가 되었다>

4년마다 열리는 전세계인의 축구 축제. 월드컵의 공식 스폰서 중 하나는 코카콜라이다. 펩시는 축구 열기가 가장 뜨거운 아르헨티나에서 4년에 한번 월드컵이 열릴 때마다 들러리가 될 수 밖에 없는 신세였다. 기존에 앰부쉬 마케팅을 활용했던 것도 FIFA의 규제가 점점 강력해지면서 그 기회조차 잃어가는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은 펩시의 고민이었다. 하지만 이때 펩시의 눈을 번뜩이게 하는 사건이 하나 있었으니...바로 축구천재 마라도나의 방송 인터뷰였다.

“만약 아르헨티나가 이번 월드컵때 우승한다면 나체로 거리를 활보하겠다”

마라도나의 인터뷰는 그저 가십거리에 지나지 않을 수 있었지만 펩시는 마라도나의 정신 나간 이공약에 동참하기로 한다.

“만약 아르헨티나가 이번 월드컵때 우승한다면 펩시는 라벨을 제거하고 누드 콜라를 출시하겠다”

사실상 콜라를 구별해주는 것은 맛보다는 브랜드임을 고려할 때 이는 파격적인 발표였다. 펩시는 이를 알리기 위해 라벨을 제외한 300개의 제품을 실제로 마트에 배치하여 이슈를 만들었고, 옥외 광고를 통해 자신들의 약속에 대해 사람들에게 알리기 시작했다. 이 소식은 즉시 온라인을 통해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퍼져나가게 되었다.

<누드 펩시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이슈가 되었다>


또한 소셜 공간에서의 확산과 지지 세력을 만들기 위해 페이스북 내에서 이벤트를 진행하였다. 이벤트 내용은 자신의 얼굴 사진을 활용하여 나체 사진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는데, 약 17,000명의 사람들이 이에 동참하였다.

<페이스북 이벤트는 캠페인 확산을 도왔다>

이 외에도 펩시는 실제로 우승을 대비하여 법률 검토와 생산라인까지 가동이 가능하도록 준비를 하였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아르헨티나는 8강에서 독일에게 4:0으로 완패하여 탈락하였다. 비록 누드 펩시를 출시하지는 못했지만 이 캠페인을 통해 약 72만불의 미디어 노출 효과를 얻었고, 월드컵이 끝난 후 펩시는 월드컵하면 연상되는 상위 4개 브랜드에 선정되었는데, 나머지 3개 브랜드는 모두 공식 스폰서 기업이었다.

사실 펩시가 Promise 캠페인에서 새로 이야기를 만들어 낸 것은 없었다. 하지만 작은 사건 하나에 주목 이를 잘 활용하여 누드 펩시가 출시된다는 이야기를 만들어내서 이슈화에 성공하였다. 추정하건데 광고와 샘플링, 페이스북 이벤트에 투입된 비용을 고려하면 브랜드 노출은 10배 이상은 달성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스토리에 참여시켜라
위의 두 사례가 스토리를 발굴하고 찾아내는 것이라면 다른 방법은 소비자들이 직접 스토리를 만드는데 참여시키는 방법이 있다. 이런 방법이 가능한 배경 중 가장 큰 부분이 바로 디지털의 발달이다. 가장 직관적인 예는 게임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특히, RPG나 전략 어드벤처 게임, 스포츠 게임 등은 유저의 선택에 따라 스토리가 달라지는 형태를 띄는 가장 대표적인 형태이다. 이는 실제 마케팅 현장에서도 유사하게 적용된다.

독일의 공포 영화 전문 채널인 13Th Street은 관객들이 직접 영화 스토리에 참여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 무비를 제작하였다. 영화의 내용은 폐쇄된 영화관에서 주인공이 살인마에게서 도망치는 내용인데, 영화 중간 중간 주인공이 관객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지시를 받게 된다. 

 <Last Call은 최초의 인터랙티브 호러 필름이다>

이게 가능한 것은 입장 전 참여 희망자의 휴대폰 번호를 받고, 제작된 S/W를 통해 랜덤으로 영화 중간 중간 전화를 걸게 된다. 주인공은 두 가지 선택지를 주며 관객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관객의 대답에 따라 각기 다른 결과의 영상을 송출하는 방식이다. 보통의 호러 무비가 관객들을 공포에 떨게 한다면 이 인터랙티브 호러 무비는 관객이 직접 영화의 결말에 참여하게끔 하여 몰입도를 더욱 높일 수 있었다. 이 캠페인은 전세계 최초의 인터랙티브 호러 무비라는 이슈를 제공하여고, 13TH Street 이 공포 영화 관련해서는 전문적인 채널임을 인지시킬 수 있었다. 

<관객들은 영화 주인공과 소통하며 영화 스토리를 만들어간다>

국내에도 최근 1,2년 새 다양한 브랜드들이 인터랙티브 무비를 활용한 디지털 캠페인을 진행하였다. 최근 가장 이슈가 되었던 것은 2012년에 보해 월이 진행한 캠페인일 것이다. 한가인을 모델로 한 이 인터랙티브 웹사이트는 영상을 풀 브라우징으로 서비스하여 웹사이트에 방문한 사람들이 마치 한가인과 마주 보고 술을 마시는 경험을 제공하였다. 기능적인 부분보다는 한 공간에서 작지만 다양한 에피소드를 제공하여 사람들이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는데 큰 기여를 하였다. 실제로 런칭 후 3일간 약 65만명이 웹사이트를 방문하였다.

<보해 월 인터랙티브 웹사이트>

이렇게 인터랙티브한 광고/프로모션에 사람들이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기존의 마케팅 형태처럼 브랜드가 일방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소통하면서 만들어가는 과정을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즉, 브랜드는 결국 소비자가 만든다는 진리가 디지털 환경 하에서 더욱 명확해지고 있는 것이다.

함께 만드는 브랜드
사람들은 타고난 이야기꾼이라 생각한다. 조용한 사람도 자신의 관심 분야가 나오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펼친다. 그런 사람들이 브랜드의 현재 고객이다. 그렇다면 브랜드가 해야 하는 행동은 무엇일까? 바로 함께 이야기하고 브랜드 스토리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아직도 많은 브랜드들이 소비자와의 관계 구축에 너무 조심스럽다는 것이다. 또한 이를 가장 잘 구현해줄 디지털 마케팅에 대해서는 비용과 리스크를 핑계로 주저하고 있다.

하지만 조심스럽고, 리스크를 안지 않고서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까? 굳이 용기있는 자가 미녀/미남을 얻는다라는 이야기를 꺼내지 않더라도 관계 구축을 위해서는 한발짝 다가서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 브랜드는 진정 우리 고객들에게 다가가려고 하고 있는가? 다가가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가? 한번쯤 돌아봤으면 한다.

<2013년 월간IM 5월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