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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Thinking

[마케팅] 브랜드와 디지털마케팅

‘바야흐로 디지털 시대’ 라는 말도 이미 식상한 이야기가 된지 오래다. 일상 생활 뿐 아니라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현장에서도 디지털은 화두가 아닌 필수로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디지털마케팅은 아직 많은 마케터와 경영자들에게 쉽지 않은 부분이기도 하다. 냉정히 이야기해서 아직 마케팅커뮤니케이션 현장에서 ‘디지털마케팅은 무엇이다’ 라는 정의를 명확히 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상호작용이나 인터랙티브라는 용어로 담아내기에는 우리 삶과 업에 너무 깊숙하게 들어와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디지털마케팅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정의가 우선 필요한 시점이다.

마케팅과 인게이지먼트
수년 전부터 '인게이지먼트'에 대한 언급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인게이지먼트를 사전적으로 풀이하자면 약혼,약속을 뜻하지만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보자면 관계맺음, 참여, 공감이 더 어울리는 풀이가 될 것이다.


사실 인게이지먼트는 양방향 인터랙션이 가능한 디지털 광고 시대 이전에도 이야기되던 개념이다. TV와 라디오 광고에서의 인게이지먼트는 광고 메시지를 통해 얼마나 소비자의 공감을 일으켰는가였다. 따라서 제작 이전에 소비자 조사를 중시하였다. 이를 통해 메시지를 개발하고, 광고 소재를 제작하였다. 이러한 흐름이 온라인 광고 시장이 커지면서 클릭을 통한 인터랙션을 CTR이라는 개념으로 이야기하였다. 일단 클릭이라는 것 자체가 우리 광고에 관심을 가졌다는 말이기 때문에 소비자의 공감을 샀다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광고는 클릭 기반으로 진행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클릭 기반의 온라인 광고에 대한 평가도 많은 부분 달라지고 있다. 특히, 클릭 이후 보여지는 컨텐츠가 대부분 이벤트로 진행되면서 인게이지먼트가 브랜드에 대한 아이덴티티를 논하기보다는 이벤트 내용과 경품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부분은 온라인 광고에 대한 평가를 폄하시키는 이유가 되기도 하였지만 역으로 항상 참여에 대한 부분을 고민하며 발전해온 시장은 이제는 한 단계 높은 참여를 고려하는 계기로 넘어서고 있다.

<참여를 중심으로 한 온라인 프로모션>

특히 최근에는 SNS의 발달로 소비자들간의 인게이지먼트가 발달하면서 단순히 경품으로 참여를 유도하기 보다는 그들간의 경쟁과 명예 심리, 재미 요소들을 활용하여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특히 국내에도 활발히 사용되는 페이스북을 통한 브랜드 캠페인들은 이러한 측면에서 주목할 만 하다.

<친구들과의 관계 지표를 재미있게 보여주는 페이스북 캠페인 사례>

또한 국내에서도 최근까지 많이 진행된 인터랙티브 무비 캠페인도 브랜드와 소비자간의 인게이지먼트를 높이기 위해 활용된 방법들이다. 이 역시 SNS와 함께 동영상 변환 기술과 네트워크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가능해짐에 따라 나타난 사례들이다.

<인터랙티브 무비는 영상이라는 강력한 힘을 빌어 깊은 인상을 줄 수 있다> 

브랜드 아이덴티티
앞에서 이야기 한 인게이지먼트의 핵심은 관계맺음이라 하였다.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 디지털 마케팅의 화두는 단연 체험이라 생각된다. 고객들에게 어떤 체험을 제공할 것인가? 이에 대한 과제를 놓고 아마도 수많은 브랜드 담당자와 대행사 직원들이 이 글을 쓰고 있는 새벽에도 밤잠을 설쳐가며 고민 중일 것이다. 디지털 기술이 발달하면서 기존과는 다른 색다르고 재미있는 체험을 할 수 있는 방법들이 많아졌다. 그래서 고민이 더 많아졌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것보다 우선 고려되어야 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브랜드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다.

역사적으로도 살펴보면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일 때 생기는 사회적 현상이 문화지체현상인데 기존의 문화가 새로운 문화를 따라가지 못해 발생하는 문제를 말한다. 간단하게 예를 들면, 새로운 미디어의 발달로 기존 고객들의 미디어 이용 행태가 변화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브랜드 담당자들이 자신들의 경험과 매체 이용 행태에 따라 전통적인 미디어를 고수하는 경우가 해당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더욱 경계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새로운 트렌드에 현혹되어 자신의 브랜드에 맞지 않는 커뮤니케이션 방법론을 적용시키는 것이다. 이는 우리 회사와 나 개인적으로도 초기에 겪었던 시행착오 중 하나였다. 독특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적용시키고 싶은 욕심에 브랜드에 어울리지 않는 제안을 하곤 했었다. 이러한 시행 착오를 거쳐 가지게 된 확실한 신념은 기술을 브랜드에 접목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에 적합한 기술을 사용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결국 디지털 마케팅은 고객들을 어떻게 참여시키고, 이를 통해 어떠한 메시지를 전달할 것인가 하는 문제로 귀결된다. 칸 크리에이티브 페스티벌에서 그랑프리를 받은 사례들을 보면 이러한 부분이 더욱 명확히 보인다. 아래 사례들을 통해 조금 더 쉽게 살펴보겠다.

브랜드, 테크놀러지를 만나다

‘The Solar Annual Report 2011’
(태양광을 받으면 보이는 연례 보고서)
오스트리아 솔라(Austria Solar)는 태양광 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에는 한화그룹이 유사한 사업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B TO B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이러한 회사가 어떻게  크리에이티브 페스티벌에서 그랑프리를 받을 수 있었을까? 이는 자신의 사업과 잘 연계된 아이디어 때문이었다. 오스트리아 솔라는 햇볕에 노출됐을 때 드러나는 특수잉크로 인쇄된 연차 보고서(Annual Report)를 만들었다. 햇볕에 노출될 때 글씨가 보이는 기술은 특별한 기술이 아니지만, 태양광 에너지 회사가 이 기술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태양광이 있어 태양 에너지가 만들어지고, 이러한 태양 에너지를 통해 연차 보고서가 만들어지고 보여질 수 있다는 점은 굳이 자신들의 사업에 대해 설명하지 않아도 기업의 정체성을 잘 드러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나이키+퓨얼밴드(NIKE+FUELBAND)
나이키는 1980년대 마이클 조던을 모델로 한 에어조던(Air Jordan)과 현재까지도 유지하고 있는 ‘저스트 두 잇(Just Do It)’ 슬로건으로 전국적인 TV광고와 함께 전방위적인 마케팅을 실행하여 운동화 시장의 23퍼센트를 차지하며 최고 브랜드로 발돋음했다. 크리에이티브와 전략을 떠나 이러한 방식은 교범처럼 받아들여졌던 것이 당시의 마케팅 방법이었다.

하지만 나이키가 현재까지도 최고의 브랜드로 남아 있는 이유는 남들 보다 빨리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고 끊임없이 도전했기 때문이지 않았나 생각된다. 이러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반증 중 하나는 나이키의 미디어 투자 비용의 변화이다. 1990년만 하더라도 TV 위주의 광고에 대부분의 예산을 사용하던 나이키는 2006년에는 6억 7천만여달러의 예산 중 약 67%를 TV가 아닌 온라인과 기타 디지털 미디어에 할애되었다.

<나이키의 신규 광고 영상은 이제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되고 있다>

나이키는 단순히 미디어 이용에서만 변화한 것이 아니었다. 신발과 의류를 생산해서 판매하던 아날로그 기업에서 디지털 기업으로 탈바꿈을 시도하였다. 2006년 애플과의 제휴를 통해 나이키플러스를 출시하여 런닝 시장을 재정의하고 평정하였다. 나이키의 이러한 접근은 브랜드 마케팅 분야 부사장인 호아킨 이달고(Joaquin Hidalgo)의 광고 전략에 대한 인터뷰에서 전략에 대해 엿볼 수 있다.
“소비자들은 무엇이 멋진지 이야기를 듣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그들은 더 많은 제품을 원하지 않으며, 더 많은 경험을 원한다. 우리 고객은 예전과 다른 세상 속에서 자라고 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한 가지 큰 변화는 그들이 디지털을 이용해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2013년 애플을 제치고 최고 혁신 기업으로 선정된 나이키>

나이키플러스로 통해 조금은 안주할 법도 하지만 나이키의 도전은 멈추지 않았다. 광고회사 R/GA New York와 공동으로 ‘나이키+퓨얼밴드(NIKE+FUELBAND)’ 라는 새로운 플랫폼 서비스를 개발하였다. 작년 초 공개한  ‘나이키+퓨얼밴드(NIKE+FUELBAND)’는 손목밴드로 사람들의 활동을 매 순간 추적하고 측정하여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이다. 나이키플러스가 달리기만을 측정했다면 퓨얼밴드는 일상의 모든 움직임을 측정해 사람들이 더욱 움직이고 운동할 수 있도록 동기 부여를 해주고 있다.

사용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하루 목표 활동량과 달성하고자 하는 ‘나이키퓨얼’을 설정할 수 있다. 나이키+퓨얼밴드는 사용자가 자신의 목표치에 도달할수록 빨간색에서 초록색으로 20단계의 LED창의 변화를 보여준다. 또한 내장된 USB로 나이키플러스 웹사이트 또는 블루투스를 통해 무선으로 무료 아이폰 어플리케이션과 연동해 하루하루 진행상황을 기록할 수 있다.

<나이키+퓨얼밴드는 칸 페스티벌에서 2개 부문 그랑프리를 수상하였다>

나이키+퓨얼밴드는 나이키와 광고대행사인 R/GA가 2년에 걸쳐 개발한 획기적인 성과물이다. 이들이 목표한 바가 기술의 극대화가 아닌 자연스러운 소비자들의 브랜드 활동 참여라는 점에서 유의미하다고 볼 수 있다. 나이키+퓨얼밴드에 대해 나이키 마크 파커 회장은 "나이키플러스 퓨얼밴드는 나이키가 물리적인 것들과 디지털 세상이 합쳐지는 흥미로운 가능성들을 한 단계 발전 시키는 방법이다" 며, "나이키는 항상 운동선수들에게 영감을 주기 위해 노력해왔으며, 나이키플러스 퓨얼밴드가 보다 더욱 간편하고, 즐겁고, 직관적인 방법으로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동기부여에 도움을 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나이키+퓨얼밴드 공개 행사 / 우측이 나이키 CEO 마크 파커>

나이키는 그 동안 일관되게 ‘일상 속의 스포츠’라는 브랜드 철학과 ‘’Just Do It’이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도전과 혁신을 이야기해왔다. 그리고 그 철학을 디지털 테크놀러지에 고스란히 담아 브랜드에 가장 적합하게 이식하였다. 서두에 이야기했던 ‘인게이지먼트’ 즉. 전달과 설득이 아닌 스포츠 본연의 활동을 기술을 통해 효과적으로 전달하면서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브랜드 충성도를 높였다는 점에서 현재 디지털 마케팅을 가장 휼륭히 활용하고 있는 기업으로 꼽고 싶다.

기본을 잊지 말아야 할 때.
앞선 사례들은 모두 기업이나 브랜드의 사업 방향과 철학이 테크놀러지와 적절하게 만났을 때 나타나는 시너지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는 디지털마케팅 전략에서도 가장 우선되어야 하는 점은 브랜드 아이덴티티임을 다시 말해주고 있다.

최근 많은 이들이 이야기하는 것이 크리에이티브와 테크놀러지의 결합이다. 어찌 보면 전통적으로 서로 극단에 있는 듯한 분야이지만 새로움을 추구하고 사람들에게 기쁨과 감동을 주기 위해 발전해왔다는 점에서 보면 종착점은 같지 않나 생각이 든다. 한 때 경영학에서 많이 희자되었던 이야기가 ‘Back to the basic’ 이었다. 새로운 정보와 기술이 나날이 늘어가고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는 이 시기. 우리 마케터들이 가장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분명한 것 같다.

<2013년 월간IM 4월 기고>